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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완벽한 나라는 없다

Woogear 2025. 10. 2. 12:56

내가 지금까지 해외여행으로 가본 나라는 10여개국, 도시들로 치면 대략 20개 도시에 가보았다. 새롭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그 곳 특유의 볼거리와 사람들과 문화와 음식 등으로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느끼는 건 한국만큼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외국 여행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에 비해 물가는 저렴하면서 치안이 상당히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 편리한 서비스가 많다. 게다가 한국은 대체로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이건 한국에만 있다보면 잘 모를 수 있는데 외국에 다녀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한국보다 깨끗한 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유럽에서는 아마 스위스와 북유럽 국가들 정도 뿐일 것이다. 

 

최근엔 한국에 여행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많은 해외 유튜버들이 한국 여행의 장점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이런 영상들을 재편집해서 만들어진 쇼츠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많은 한국이들이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몇 년전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해서 한국 살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좀 놀랍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보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새로울 것이 없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것은 팍팍하고 힘들다라고 생각했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다보니 우리 한국인들도 한국에 대해 조금은 새롭고 긍정적인 관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도 많아지면서 한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게 되기도 했을 것이다.

 

국뽕에 취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은 여러모로 안전하고 편리하고 살기 좋은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엔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있다. 한국은 오랜기간 동안 OECD 국가중 자살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중 우리와 가장 근접한 일본도 자살율이 높은 수준이지만 그 수치는 한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수치가 더 있다. 바로 출산율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중 거의 꼴등이다.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이 두 수치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분명 어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분명 살기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에 살다보면 마음에 병이 들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아닐까? 슬픈 일이다. 나라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다해도 불행한 사람들일 많다는건 오히려 잃고 있는게 너무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OECD 주요국 자살사망율 - 연합뉴스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 나라의 문화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느끼는게 있다. 완벽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저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정말 그렇다. 나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해서 대학시절 여러 차례 중국을 여행해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 여행을 하면서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부 친절했고 정이 많고 손님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진취적이고 생활력이 강했다. (아, 물론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것 처럼 나쁜 중국인들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낯선 사람들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잘하는 호방함이 있다. 중국의 경제는 지금까지 급속도로 발전해  오면서 자국의 기술과 경쟁력 또한 상당히 발전시켜왔다. 한국과의 차이가 한참이나 벌어져서 이젠 한국이 따라가기 힘든 분야도 상당히 많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소득불평등이 심하고 가난하게 사는 서민이 많다는 문제가 있다. 내가 중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한국인들에게 반중 정서가 심해진 상황이라 중국의 좋은 점도 굳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정말이지 질서의 나라다. 어딜가도 시끄러운 경우가 거의 없다.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정말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신주쿠 처럼 유흥가가 밀집된 동네는 예외다. 그리고 우리나라 처럼 안전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발달되어있다. 그래서 해외여행 초보자들에게 일본은 가장 여행하기 만만한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에 며칠 있다보면 좀 답답하다. 어딜가도 사람들 눈치를 살피게 되고 내 행동이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신경을 쓰다보면 좀 힘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은 매뉴얼의 나라다. 모든 상황에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같다. 이건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상당한 장점이다. 일본의 신칸센이 사고가 없기로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의 KTX는 지금까지 많은 사고가 있었다. 아무튼 일본인들에게는 매뉴얼에 대한 집착이 있다보니 유연하지 않다는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대학 캠퍼스마저 조용하다 - 도쿄대 캠퍼스

 

한 나라의 문화 그 자체가 장점이나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문화라는 건 상대적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떠나 어떤 문화는 그 자체로 우리 삶을 더 따뜻하고 살기 좋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미국인들(대도시 제외)은 모르는 사람하고도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며 인사하는 문화가 있다. 브라질도 사람들과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문화가 있다. 내향인인 나도 그런 문화는 참 좋다고 느낀적이 많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짧은 미소와 인사를 받는 것 만으로도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우리나라는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아파트 주민에게도 잘 인사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게 좀 삭막하다고 느낀다. 나도 먼저 인사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서로 인사를 나누면 어색함도 풀어지고 기분도 한결 좋아지는걸 느낀다.

 

그 외에도 여러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글이 너무 장황해지는 것 같아서 멈추려고 한다. 어떤 나라든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 아무리 살기 좋다고 소문난 나라라도 그 나라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살기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나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서 한국에 사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어떤 나라와 비교해서 한국이 더 좋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만이 가진 장점과 독특함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국을 여행하면 그 나라만이 가진 장점을 보고 그것들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은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