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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대체불가능한 사람

Woogear 2021. 1. 31. 16:17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어떤 사람의 자리를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몸값은 아마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현실에서 흔치 않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취업전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려면 최소한 쉽게 대체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대체불가능하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그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대체가능한 사람이란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라는 의미가 된다.

 

유재석: 대체 불가능한 개그맨

연예인 중에서는 유재석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연예인을 통틀어 가장 인기 많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데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을까?' 유재석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런걸까?

 

나는 유재석을 좋아한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유재석이 웃기고 재미있는 사람이기만 했다면 대체가능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런 연예인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웃긴다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유재석 보다 웃긴 개그맨은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이 유재석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않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개그맨으로서 사람들을 웃기는 능력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유재석의 특별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그의 진행솜씨이고  그 다음으로는 그의 인성을 꼽고 싶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유재석은 그동안 MC로서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의 유쾌하면서도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진행 실력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행실력만 가지고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뛰어난 진행자들이 여전히 많다.

 

유재석은 안티가 없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는 어떤 매체에서 차기 대통령감 연예인 1위로 유재석이 뽑힌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유재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이유는 그의 인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송을 보다보면 유재석의 미담이 꾸준히 나온다. 어려운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고 도운 일화들이 많다. 연예인 후배들이 유재석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유재석은 연예인 후배들 뿐만 아니라 스텝들에게 친절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그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처럼 대체불가능한 개그맨이 되려면 +a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유재석의 경우는 탁월한 진행솜씨와 인성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는 어떨까? 배우의 본질은 연기이다. 연기를 잘해야 좋은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표현해낼 수 있는 감정과 표정, 그리고 심리 등이 풍부할 수록 배우의 연기력이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분명 한 배우가 인기를 얻고 대체불가능한 지위에 오르기까지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체불가능한 개발자란 무엇일까

개발실력만 탁월한 개발자 vs 의사소통에 탁월함을 보이는 개발자

그렇다면 개발자는 어떨까. 개발자의 본질은 당연히 개발을 잘 하는 것이리라. 개발을 잘한다는 것을 정의하기란 꽤 복잡한 일이다. 여러가지 요소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딩 속도, 알고리즘 설계 능력, 컴퓨터 과학 지식, 학습 능력 등등 이런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사람이 개발 실력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나열한 것들만 잘하면 대체불가능한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을 잘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정말 잘하게 되면 충분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적인 면의 실력은 뛰어난데 만약 의사소통 능력이 꽝이라면? 성실하지 않다면? 인성에 문제가 많다면? 이것들 중 하나만 해당되도 대체가능한 개발자가 되기는 어려워진다.

 

의외로 개발적인 면에서는 탁월하지 않더라도 다른 부분의 능력치가 높음으로 인해 대체불가능한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기술적 지식에 더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리더십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은 남보다 더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사람의 성공이 인간관계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조차 기술적 지식이 경제적 성공에 기여하는 바는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인간관계 기술에 달려있다는 것을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

 

즉 내가 빌게이츠나 리누스 토발즈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기술적 지식으로만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개발시켜나갈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상에 웃기는 능력을 가진 연예인은 많지만 그들 모두가 유재석처럼 대체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처럼 개발자의 세계에서도 개발 실력만 가지고는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개발을 잘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오히려 개발 실력 외의 우리가 종종 무관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친화력 이런 부분들이야말로 개발자를 대체불가능한 사람에 가까워지도록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와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개발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즉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물론 의사소통능력은 뛰어나지만 개발 실력은 엉망진창인 경우는 논외로 한다.

결론

물론 이 글의 주장은 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개발자마다 여러 생각이 있고 나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좋은 개발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을 적어보았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비개발 직종의 사람들이 의외로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해외영업을 하고 있는 우리 아내도 사내에서 그런 일들이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과연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편한 개발자일까?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운 개발자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꼭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다. 개발 실력은 좋은데 대화하기는 껄끄럽고 불편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좋은 개발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한 대체불가능한 사람, 최소한 대체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업무 자체만 잘해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의사소통능력, 인간관계 기술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개발자가 되고 나서야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한 자각이 있었고 반드시 향상시켜야할 능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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