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면서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다. 어떤 문제와 씨름하다가 해결책을 찾았을 때가 그렇다. 이미 작성된 코드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어떤 기능을 새로 구현하기 위해 한참을 씨름하고 고민하던 중에 마침내 해결 방법을 찾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다. 나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너무 흥분이 된 나머지, 왠지 몸과 마음이 깨끗한 상태에서 온전한 몰입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떨리고 흥분되는 마음을 안고 화장실에 다녀와 몸을 가볍게 하거나, 커피를 한잔 새로 내려서 돌아온다. 화장실에 가서도 혹은 커피를 내리면서도 마음은 그 해결책에 가있다. 그리고는 다시 일에 집중한다. 참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경험을 책을 읽는 중에도 종종 한다. 책 속에서 어떤 해답을 찾은 것이다. 마음 속에 간직하던 질문들이 있고, 어떤 글귀에서 내가 가진 질문들에 대한 힌트가 보일 때 나는 짜릿함을 경험한다. 발끝이 살짝 찌릿 거리는 짜릿함이다. 그럴 때는 책을 잠시 덮어두고 그 글귀를 음미한다. 

 

자기 안에 숨은 창조성을 이용하고 싶다면, 우리는 이 애매모호함의 수렁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고는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어려운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 <발칙한 예술가들> 149p,  [의심하는 예술가] 중에서

 

조금 전 읽으면서 짜릿함을 느낀 글귀 일부분이다. 창조성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영감이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며 질문하는 자세를 말한다. 그 질문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시를 쓴 애드거 앨런 포나 스타트렉 영화를 만든 J.J.에이브럼스 같은 사람들도 어떤 영감에 의존해 작품을 만든게 아니라 끈질기고 깊은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창조성을 발휘했다는 사실에서 한줄기 빛을 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