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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없이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인기가 많은 직업군이 있으니, 바로 전문직이다. 보통 가장 많이 알려진 전문직으로는 의사, 변호사가 있을 것이다. 그 외에는 공인회계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이 있다.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해당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한다는 것이고, 그 자격증이란게 상당히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은 경우 관련대학을 나와야 한다. 즉 대학만 나와서 되는게 아니라 자격증 까지 취득하고 나야 비로소 전문직 종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전문직 자격증을 얻고 나면 꽤나 높은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전문직이 되는 것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세상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자격증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업 대표, 정치인, 배우, 가수, 작가를 보라.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공과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 취득해야할 자격증 같은 건 없다. 나는 이게 좀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 발급 받으면 그 순간 바로 나는 내가 만든 회사의 대표가 된다. 정치인은 조금 복잡미묘한 부분이 있지만, 이것 또한 자격증과는 상관이 없다. 무소속으로도 국회의원, 시장, 대통령 등의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있으니 당선만 된다면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오늘이라도 작은 독립영화에 출연해서 어떤 배역을 연기한다면 배우가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면 가수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인터넷에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작가가 된다. 좀 극단적으로 예를 들었지만 본질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넓다. 전문직 종사자들을 쫙 펼쳐놓고 수입을 비교한다면 그렇게 들쭉날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자격이 필요없는 직업은 어떨까? 무명 배우, 무명 가수라는 말이 있다.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기억 못하는 시간을 얼마나 보낼지 알 수 없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단칸 방에서 아마존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방 한칸짜리 사무실을 벗어나기 힘든 기업 대표들도 수없이 많다.

 

기업의 대표가 되기 위한 자격증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정형화 시키겠는가. 정치인, 배우, 가수 등 이런 류에 속하는 직업들은 정형화 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형화 시킬 수 있다면 자격증이 나왔을까? 이것들은 모두 예측할 수가 없는 일들이다. 어떤 기업 대표가 회사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 어떤 가수가 감동을 주는지도 알 수 없다. 그게 이런 직업들이 가지는 묘미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이 직업들이 다루는 일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진 일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인가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