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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현준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격의 거인>을 리뷰한 영상이 올라왔다. 교수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리뷰한다니, 너무 신기한 조합이라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축가 답게 이 작품을 공간적 관점에서 분석해 주었는데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명작"이라 칭했다. 결과적으로는 <진격의 거인이> 명작이라는 그의 평가에 나도 동의했다.
사실 이전까지 나는 이 작품이 명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 명작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다. 그 외의 명작이라고 인정할 만한 애니메이션은 내 마음속에 별로 없다. 그런데 명작이 뭐란 말인가? 누가 인정해줘야 명작이 되는걸까? 그런건 없다. 그저 각자 개개인에게 명작이냐 아니냐에 대한 기준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공통적으로 명작이라 불리우는 조건이 있다면, 그 작품이 여러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보는 사람에 따라 보이는게 다르고, 느끼는게 다르고,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 작품에 깊이와 철학이 있다고 여기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진격의 거인>을 명작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유튜브에는 <진격의 거인>만을 다루는 채널도 몇 개 있는걸 보았다.
예전에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 집의 중학생 딸과 서로 지금까지 본 재미있는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아이가 <진격의 거인>을 봤냐고 물었고, 내가 봤다고 하자 아이가 명작이지 않냐며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애초에 청불인 작품을 중학생이 봤다는 것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코웃음을 치며 인정하지 않았다. 왜 나는 <진격의 거인>이 명작이라 생각하지 않았던가 생각을 해보았는데 사실 좀 우스운 이유 때문이었다. 작화 때문이었다. 내 기준에 <진격의 거인>의 작화는 대단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웠고, 또 다른 이유로는 등장하는 무지성 거인들의 기괴함과 잔인성 때문이었다. 꼭 그림이 좋아야 명작이 되는건 아니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해괴망측한 거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 거인들이 인간을 잡아먹는 잔인성이 내게 가장 거부감을 주는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작품이 주는 몰입성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분명했기에 나도 모두 시청했다.
유현준 교수의 리뷰를 보고 나는 <진격의 거인>이 명작인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에 동의하게 되었고, 다시 보고 싶어졌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순서대로 보지도 않았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너뛰면서(그저 뒷부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한 마음을 해소시키기 위해) 봤기 때문에 놓친 것이 많았다. 약 일주일에 걸쳐 틈틈히 전 시즌을 다시 봤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프닝, 엔딩, 예고편 등은 모두 생략했다. 그리고 정말 이 작품에 깔린 많은 떡밥들과 그걸 회수하는 과정, 그리고 여러 겹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감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거인들의 기괴함과 잔혹함은 싫었다.
<진격의 거인>을 다시 볼 때는 작가의 입장에서 이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생각하며 감상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너무 뛰어나서 감탄했다. 파라디 섬, 섬 안의 방벽과 방벽 안에 사는 사람들. 벽 바깥의 거인들. 점점 확장되어가는 세계관, 거인이라는 존재의 신비로움을 밝혀나가는 흥미진진함. 이런 것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원작자인 이사야마 하지메는 이 작품으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 나이가 23세. 그리고 나랑 동갑이다. 처음 거인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진상 고객을 대면했던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인간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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