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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2020년 회고

Woogear 2021. 1. 7. 10:06

6월에 지금 회사에 입사한뒤로 참 빨리 시간이 지나갔다. 코로나때문에 여러 변화가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열심히 회사에 적응하고 일하느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의미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어 글을 적는다. 그리고 올 한해는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또 성장하고 싶다. 성장이라는 것이 막연하게 원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목표가 분명할 수록 내가 집중해야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 출시

지난 회사에서는 혼자 개발을 오래하기도 했고 결국 앱을 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비스가 출시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면에서 개인적인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회사로 입사 후 새로 출시하는 서비스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을 맡게 되었고 여러가지를 처음 경험했다. 다른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는 것도, 마켓에 앱을 등록하는 것도, 사용자들이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도 모두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역시 실무에서 배우는 것이 빠르고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정이 여유롭지 않아서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구글플레이에 앱을 출시하는 것까지 무리없이 진행했고 지금은 적지만 유저들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의 시리즈A,B 투자유치

회사가 지난 2년간 여러 VC로부터 많은 자본을 투자받았다. 약 한 달 전에 대표님이 전 직원 앞에서 그동안의 투자 과정과 앞으로의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회사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대표님이 참 많은 고생을 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투자를 받은 목적은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여러 VC들이 회사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것이니 앞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지켜보는 재미도 꽤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반가운 소식은 회사의 여러 복지와 문화들이 체계화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탕비실에 스낵바가 생겼고 사내 대출제도 등 여러가지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연봉협상부터 스톡옵션 계약이 들어간다. 입사할 때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 불과 6개월만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좋은 시기에 회사에 들어온 것 같다.

 

아내의 임신

지난 9월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나니 비현실적이기도하고 무섭기도했다. 산부인과에서 임신진단을 받고나서야 '정말 아이가 생겼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초음파를 통해 아이의 형태를 볼 수 있게 되자 그때부터는 새로운 생명이자 우리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아이의 실체가 와닿은 것이다. 몇 주 되지도 않은 그 조그마한 생명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때마다 모니터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이제 임신 6개월차에 접어든 아내의 배는 제법 나왔고 종종 태동이 배에서 내 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5월이면 녀석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기의 시간은 잠깐이고 한 명의 사람이 되어갈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

초음파로 보이는 아이 얼굴의 옆모습

도전한 것: 새벽 기상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데 나는 번번히 실패했다. 2주 정도는 어떻게든 일어났어도 그 다음에는 의지가 약해져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은 아니지만 약 세 달 정도를 지속하고 있다.  아내의 임신 후에 어느날 잠자리에 들기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한동안 집에서 공부하기는 어렵겠지.'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5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너무 정신이 또렷해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일종의 위기의식 같은 것이 내 정신을 깨운 것 같다. 일어나서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한 후에 이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알고리즘 공부를 아침에 하기로 했다. 그 뒤로 그날 아침의 느낌을 기억하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수월했다. 관건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일찍 자지 않으면 피곤해서 일어날 수 없고, 기대감 없이 의무감으로만 뭔가를 하면 곧 지쳐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그동안 매일 성공한 것은 아니고 일주일 중 3~4일 정도 새벽 기상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비율을 늘려가고 싶다. 아직 습관이 되었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생애 처음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일찍 일어나보니 아침을 활용하는 것의 장점이 너무 많다.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많이 늘어나고 자신감도 생긴다. 일주일에 3일만 성공해도 한달이면 36시간 정도를 추가로 획득하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 나를 점검하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족했던 것: 개발서적을 한동안 읽지 못함

개발자가 된 후로 소프트웨어 장인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내가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도 어느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이제 나는 장인이다'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다만 스스로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장인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대가들의 방식을 배우고 연마하고 나의 길을 개척해나가야할 뿐이다. 이것을 위해 우선 여러 서적들을 사놓고 조금씩 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개발서적들을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다. 약 세 달 전부터 투자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그동안 읽은 투자 서적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글을 올릴 생각이다. 빨리 읽고 싶어서 개발서적은 한동안 손에서 떠났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새내기 개발자이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데 한동안 그러지 못해 스스로 자책감이 좀 든다. 투자 공부를 끝내고 다시 개발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올해는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개인 시간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완전히 손을 놓는 대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사놓고 못 읽고 있는 개발 서적들..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감사할 것이 많은 한 해였다. 이직을 포함해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또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을 잃거나 어렵게 시작한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일이 내게도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야한다는 마음이 든다. 올 한 해도 조금 더 성장하고 겸손해지길 바란다.

 

1월 6일 어제 많은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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