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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1 (회사 퇴사 이야기)

-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2 (학원 등록)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3 (구직 1)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4 (구직 2)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5 (마지막)

 

결혼 준비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지 얼마 안되어 결혼 결정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틈틈히 결혼 준비를 했다. 내가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아내가 아낌없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결혼을 승낙해준 장인 장모님의 지지도 한 몫 했다. 누가 보면 결혼을 서둘러야할 이유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서울에서 오랜 기간 자취를 해온 아내가 정착하고 싶어했고, 내 취업 후로 결혼을 미룬다면 그 다음엔 회사생활 적응 후로 또 미룰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18년 6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다녀왔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노을

 

학원을 그만두다

학원을 10개월 정도를 다녔는데 수료를 하지는 않았다. 정식 수료를 위해서는 몇 개월을 더 수업을 들어야했지만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수료생들에게는 취업 코칭을 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한 학원이었다. 그래서 혼자서 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이 길이 나에게 더 맞는 길이라고 믿고 학원을 나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학원에 들어갔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에 이 학원을 선택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빡세게 공부한 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학원을 나오고 구직을 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자격지심도 있었고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공부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집과 가까운 구로에 있는 공유 오피스를 얻었다. 한 달에 30만원짜리의 한 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일부러 매일 아침 일찍 나와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밤에 퇴근하듯이 집으로 왔다. 다시 출근할 때를 대비해 다시 출퇴근의 감각을 익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사용한 구로의 공유오피스 공간

 

공부는 아무리 해도 늘 부족하게 느껴졌다. 아니 하면 할 수록 더 그랬다. 해야만 할 것 같은 것들이 끝도 없이 생겨났다. 이것들을 모르고 구직을 할 생각을 하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돈만 있다면 이렇게 계속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해야 했다. 아내는 열심히 일하고 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나도 이제 일을 해야 한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취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공유오피스는 두 달을 사용했고, 구직은 다시 집에서 시작했다.

 

구직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채용공고는 거의 찾아보지도 않았다. 공부만 하고 싶은 내 고집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채용공고를 보니 무엇을 공부해야할지 보였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기술들을 적어놓은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별 수 없으니 일단 모든 채용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지원할 만한 회사들을 물색했다. 백엔드 개발도 가능하기는 했지만 더 자신있고 하고 싶은 것은 안드로이드 개발이었다.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개발자 신입 채용 공고만 지원하다가 나중에는 경력직 3년 미만까지 모두 지원했다. 지원서를 내고 과연 연락을 주는 회사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로켓펀치, 원티드 위주로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원티드에 올라와 있는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건실한 느낌이었고 로켓펀치에 올라온 회사들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들이 많았다. 사람인이나 인크루트에서도 몇몇 회사에 지원하기는 했으나 나중에는 원티드와 로켓펀치에만 집중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인, 인크루트를 통해 연락이 온 회사들은 보수적인 느낌이 많이 풍겼다.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보수적인 분위기보다는 활발하고 수평적인 스타트업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블로그와 깃허브도 아직 시작하기 전이었고, 이력서 작성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저 학원에 다니면서 봐온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이력서를 여러번 고쳤다. 그리고 그동안 만든 앱의 데모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렇게 준비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그리고 데모 영상을 가지고 보이는 거의 모든 회사에 지원하다시피 했다.  

 

첫 연락이 오다

그렇게 지원서를 내는 와중에 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첫 연락을 받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그 회사는 미국의 전국 초등학교에 교육용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였는데 담당자가 메일로 내게 코딩테스트를 요청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매우 정중하고 친절하게 보내주셨다. 연락이 온 것도 기쁘지만 이런 친절한 메일을 받고 마치 합격이라도 한 것 처럼 흥분했었다.

 

코딩테스트는 회사에서 보내준 명세서를 읽고 요구사항대로 앱을 만들어서 소스코드를 제출하는 형식이었다. 그 뒤 연락온 다른 회사들의 코딩테스트도 대부분 비슷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디자인 패턴을 사용해봤다. 급하게 공부를 해서 코드를 작성했고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후 코딩테스트에 합격했으니 면접에 모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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