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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별안간 회사에서 재택근무령이 떨어졌다. 마침 회사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새로운 사무실 입주가 3월 중순부터여서 안그래도 어떤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전격 재택근무가 시작된 것이었다.
기존에도 나는 회사에서 주 1회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일주일 넘는 시간을 꾸준히 재택근무를 해보기는 사실 처음이다. 당분간 재택근무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설렘과 기쁨 그 자체였다. 출근을 안해도 된다니, 생각만해도 너무 즐겁지 않은가!? 더군다나 나는 집을 너무나 사랑하는 집돌이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재택근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과거에 있었다. 대학에서 문과를 전공한 나는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개발을 공부했는데, 그 기간 동안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 한 가지는, 내가 집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집에만 있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사람을 너무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빨리 회사로 출근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재택근무를 하면서 새롭게 깨닫고 느끼는 것이 몇 가지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재택근무의 환상
보통 재택근무를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일련의 환상은 이런 것들이다.
- 늦잠을 자고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난다.
- 여유롭게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
-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가 근무시간이 되면 슬슬 컴퓨터를 켠다.
- 일을 하다가 졸리면 잠깐 자기도 한다.
- 집에 있기가 답답하면 잠깐 나가 산책을 하고 온다.
- 퇴근시간이 되면 일을 정리하고 여유롭고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낸다.
재택근무를 어느정도 경험해본 지금도 저런 생각들이 나에게 여전히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바로 일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일을 제외하고 오로지 재택근무가 가져다 주는 편안함만을 생각하고 있다. 좋은 점만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는 법. 그렇다면 실제 경험하고 있는 재택근무의 현실은 어떨까.
재택근무의 현실
- 늦잠을 자다가 업무시간을 얼마 안남기고 일어난 적이 많다. (업무시간: 10am - 7pm)
- 아침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 포기할 수 없다.
- 일을 하다가 배고프면 집에 있는걸로 아무거나 점심을 떼운다. (한 동안 즐겨먹은 점심은 냉동 핫도그였다.)
- 회사 사람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그나마 통화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저녁까지 일을 하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컴퓨터를 끈다. (여유로운 저녁 x)
사실 출퇴근 할 때도 거의 하지 않던 야근을 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교롭게도 회사 일이 너무 많은 시기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었다. (사실 지난 주말에도 거의 2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
위에서 이미 단점같은 현실을 많이 나열하기는 했지만.. 내가 느끼는 재택근무의 실질적인 단점과 장점은 아래와 같다.
재택근무의 단점
- 집과 회사의 구분이 모호함 (집에 있으나 아직 퇴근하지 않은 느낌)
- 위에서 말한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
- 밥을 거르는 문제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건강이 나빠지겠다.)
- 일이 많으면 아내와의 저녁시간 단절 (아내는 쉬고 나는 일하고)
- 자꾸 눈에 밟히는 집안일 (빨래, 청소, 설겆이)
재택근무의 장점
막상 재택근무를 하면서 깨닫게 되는 장점이다.
- 충분한 수면 (확실히 출퇴근 할 때에 비해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다.)
- 출퇴근 지하철 생략 (한 시간을 넘게 타고 다니는 지하철을 안타도 된다는 사실!)
- 교통비 절약 (꽤나 큰 돈이 절약된다.)
-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별로 없다. (집안일 제외)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서 몇 번을 도전해 봤지만 매번 실패했다. 의지가 박약일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내게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아무래도 아침에 충분히 잘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교통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재택기간 동안 절약되는 교통비가 대략 5만원 이상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개인적으로 한 달 대중교통비가 평균 10만원이 나온다. 아마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 중에 이정도 교통비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정리를 하다보니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실제 일을 하면서 생각해본 것들이 있다.
효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기 => 옷을 갈아입는 순간 부터 이제 일하는 시간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준다.
- 책상을 깔끔하게 치우기 =>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는 물건을 치우고 필요한 것들만 책상에 올려놓는다.
- 잠깐 쉬더라도 침대로 가지는 않는다 => 침대로 가서 쉬면 잠깐 쉬는게 아니라 푹 자버릴 수 있다.
-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한다. => 회사에서도 늘 하는 루틴인데, 사실 전날 퇴근 전에 미리 작성해 둔다.
- 일 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으면 좋겠다. => 일과 휴식의 분리 (그러나 이 부분은 현재 집의 공간이 충분히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특히 이 중에 첫 번째, 옷을 갈아입는다는 원칙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의외로 좋은 효과가 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집에서 평소에 입는 옷을 입고 일을 했다. (잠옷을 입고 일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 긴장감 없이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집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는데, 집이라는 공간은 바뀌지 않지만 이제 일을 시작한다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어서 계속 실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추천영상에 뜬 영상(링크)을 보게되었다. 니콜라스라는 개발자가 재택근무에 대해 자신이 가진 원칙을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잠깐 경험하고 있을 뿐이지만 공감도 많이 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한 번 보시길 추천.
나는 집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격 근무를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안그래도 활동적인 걸 별로 안좋아하는 내 성격상 집에서만 일을 하게 되면 그나마 바깥 세상을 경험하는 시간마저 없어지기 때문에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재택근무를 하게 될 날이 또 올까 싶다. 그러니 집에서 보내는 이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또 열심히 일을 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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