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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1 (회사 퇴사 이야기)

-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2 (학원 등록)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3 (구직 1)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4 (구직 2)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5 (마지막)

 

학원 찾기

코딩 경험이 전무한 나같은 비전공자가 개발자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국비지원에서 4~6개월 짜리 코스를 이수하는 것이었다. 국비지원 과정을 밟으면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네 군데 정도의 국비지원 학원을 알아보고 탐방을 해보았다. 앞으로 내가 몇 달 동안 공부를 할 곳이니 최대한 많이 알아보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것 같은 한 곳을 점찍어두고 상담도 받았다. 그곳은 학생들이 밤에도 공부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취업을 돕는 매니저도 있다고 했다. 힘들 것 같았지만 실력을 키우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엔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코딩학원들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그 국비지원 학원을 정해두었고 다음달에 시작하는 과정에 들어가겠다고 이야기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집에서 계속 다른 학원과 여러 비전공 개발자들의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자바스크립트를 가르치는 곳도 있길래 연락후 방문해보았다. 강사가 마음에 들어서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나는 앱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가지 않기로 했다. 당시에는 자바스크립트로 뭘 할 수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그러던 중 한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범상치 않은 곳이었다.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하고 매 수업 시간에 학생들끼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점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가장 혹했던 것은 국비지원 과정과 비교해 자신들의 커리큘럼이 어떤 차별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요지는 이랬다. 프로그래밍은 생각을 하는 일이고 상당히 전문적인 직군에 속하는데 국비지원에서는 강사가 앞에서 치는 코드를 학생들이 따라서 치는 방식의 주입식 교육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그들은 학생들에게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학원은 수료생들의 평균연봉을 공개하고 그것을 그들의 우수한 커리큘럼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 학원에 청강을 신청해서 다녀왔다. 실제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수업방식을 청강에 가서도 많이 느꼈다. 연봉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바꿔 그 학원에 등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여러 학원에 찾아가보고 청강도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역회사로 잠시 복귀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퇴사한 무역회사 실장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내가 많이 좋아하고 가깝게 지냈던 분이다. 은근히 내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셨지만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퇴사한 후에 업무 공백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몇 번 실장님과 연락을 주고 받다가 회사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해왔다. 학원에 다니면서 한두달 정도만 신입 직원을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등록을 결심한 학원은 특이하게도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 출근은 수업에 가는 하루를 뺀 4일만 출근을 하는 조건이었다. 한 달 수강료가 70만원 정도 되었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던 상황에서 회사의 제안은 너무나 뜻밖이고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지만 일주일 동안 해야하는 과제의 난이도는 상당했다. 수업의 난이도는 매주 어려워지고 과제의 양도 많아졌다.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한 달이 거의 다 되어서 사정을 말씀드렸다. 회사 대표님과 상무님, 그리고 실장님 모두에게 많이 죄송했다.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컸지만 그래도 병행을 할 수는 없었다. 두 가지 모두 하느라 하나도 얻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나의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나중에 내 결혼식에도 모두 와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분들이다.

 

현실 코딩

학원에서는 자바와 안드로이드, 그리고 백엔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학원에 다니는 동안 밤을 샌 날들이 많았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많은 경우 중도포기했다. 소수만 살아남았다. 적성이 없거나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하면 버티기 힘들었다. 친했던 사람들이 포기하고 나가게 되면서 쓸쓸하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렵고 힘들었다. 정말 많은 삽질을 했고 좌절했다.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수도없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에러를 해결하는 실력도 늘었고 내가 의도한대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내가 코딩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개발자라는 단어가 아직은 내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3에서계속)

누워있을 시간이 없다. 코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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