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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록

-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1 (회사 퇴사 이야기)

-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2 (학원 등록)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3 (구직 1)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4 (구직 2)

-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5 (마지막)

 

첫 면접

첫 면접이라 아무 경험이 없다보니 제대로 준비해서 간 것이 없었다. 회사는 강남의 유명한 공유오피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상상속의 스타트업 그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서 일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내게 메일을 주신 분이 마중을 나오셨다. 15분 정도가 남아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나와 같은 학교 선배였다.

 

면접은 CTO와 안드로이드 개발자, iOS개발자 모두 다섯 분이 들어오셨다. 간단히 서로 인사를 하고 면접 질문이 시작되었다. 면접자를 상당히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편안하고 부드럽게 면접이 진행되었다. 객체지향, 네트워크, 안드로이드, 메모리, 기타 이렇게 총 다섯 가지로 질문을 나눠서 돌아가면서 내게 여러가지를 물어보셨다. 나중에 집에와서 복기해보니 약 40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답을 못한 질문들이 많았지만 긴장하지 않고 썩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준비된 모든 질문을 마치고 인사를 드린 뒤에 밖으로 나왔다당시에는 무난하게 질문에 답했다고 생각했다처음 마중나오신 분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나는 내가 코딩테스트에 통과한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궁금했다그래서 혹시 면접 결과와 상관없이  코드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있겠냐고 물어보았다가능하다고 하셨다그리고 제출한 코드는 상당히 좋았다고 하셨다기분이 좋았다.

 

이런 면접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조금 전에 있었던 면접 질문들과 내 답변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난하게 답변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완전히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복기할수록 형편없는 내 답변 수준이 속속 실체를 밝혔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나는 모든 질문과 내 답변을 기록했다. 그러고나니 내가 제대로 답변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순간 탈락을 직감했다. 이 정도로 말아먹은 면접이 붙는다면 그건 기적이었다.

 

그래도 내심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역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열심히 지원서를 냈고 꾸준히 지원한 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부분은 탈락했다는 메일이었다. 대략 10% 정도의 지원서만 서류를 통과한 것 같다. 약 200개 넘는 회사에 지원했고 20개 정도의 회사들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나도 회사에 대한 안목과 기준이 생겼다. 처음에는 면접 기회만 준다면 모두 가리라고 생각했다. 면접 경험도 중요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첫 느낌이 영 아니다 싶으면 가지 않았다. 아직 개발자로서의 자신감이 많지 않았던 내가 면접 자리에서 무시라도 당하거나 일종의 압박을 받으면 심리적 안정이 흐트러질 것 같았고, 결과적으로는 원하지 않는 회사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코딩 테스트를 하지 않는 회사의 면접은 가지 않았다. 이건 개발 실력을 중요시 하는 회사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면접도 어느정도 가고 싶을 것 같은 회사의 면접만 가게되었다.

 

가고 싶은 회사의 기준

아래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 나름대로 가고 싶다고 정한 회사의 기준들이다. 지금 보니 좀 애매모호한 것도 있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다. 지금 다시 쓴다면 3분의 1은 바뀔 것 같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취직한 회사는 아래 기준을 대체적으로 충족했다. 

 

  • 사용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시켜 수익을 만들어내지 않는 회사
    • 대신 사람들이(or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
    • (ex: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서비스도 OK)
  •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 기업 문화가 수평적인 회사
  • 해외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 (영어를 쓸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서)
  • 사람을 존중하는 회사
    • 직원과 고객을 존중하는 분위기
  • 야근은 지양하는 회사 (야근 하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야근 문화가 싫어서)
  • 개발자가 최소 3명 이상은 있는 회사 
  •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 (개발자가 존중받는 곳)
  • 스탠딩 데스크있는 회사면 좋겠음(졸릴때는 일어서야 한다.)
  • 연봉 3천만원대 중반

 

문과생인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5(마지막)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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