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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 나왔다.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대학에서 읽고 그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의 책은 방대한 자료조사가 뒷받침된 한 편의 흥미진진한 논문과도 같다. 아마도 전직 기자였던 그의 경험이 책에 깊이 녹아들었을 것이다. 특별히 그의 책들은 우리의 통념을 낱낱히 파헤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오류를 찾아내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번 책 <타인의 해석>도 그랬다.

이 책을 관통하는 샌드라 블렌드 사건
2015년 미국 텍사스에서 있었던 한 비극적인 사건이 이 책을 관통한다. 한 20대 흑인 여성이 사소한 일로 운전 중 백인 경찰관에게 검문을 받다가 수감되었다. 그녀는 사흘 뒤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은 당시 미국 내에서 한동안 큰 화제가 되었다. 백인 경찰관이 흑인 여성을 과잉 대응한 사건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했다. 그러나 말콤은 독자들을 다른 관점으로 이 사건을 볼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하나의 사건을 우리가 얼마나 쉽게, 그리고 얼마나 잘못 해석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타인을 해석하는 우리의 능력
우리가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취하는 단서들이 있다. 상대의 표정, 말투, 몸짓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판단 기준을 상당히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눈을 잘 못 마주치거나 말을 더듬으면 우리는 그 사람이 뭔가 숨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특히 범인을 찾고자 할 때 사람들은 이러한 표면적인 단서에 주의를 기울인다. 반대로 겉보기에 말끔하고 예의가 바르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쉽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말콤은 이러한 우리의 해석 방식에 숨어있는 많은 오류들을 낱낱히 파헤친다. 심지어 이러한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조차 타인을 파악하는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오고 의지해온 낯선 사람을 해석하는 우리의 방식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보여준다.

보통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선한 사람과 악당의 구분이 명확한 경우가 많다. 캐릭터의 내면 심리도 그렇지만 겉모습 또한 그렇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이 조커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반대로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꼭 험악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미디어의 영향을 생각보다 더 많이 받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거라는 의심을 하며 살지 않는다. 슈퍼마켓 직원이 내게 물건의 가격을 속여 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관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성실하게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신뢰가 없다면 우리는 항상 불안과 의심 속에서 결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 것이다.
그러나 종종 나쁜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 우리를 속일 때도 있고 오해가 생겨 상황이 안좋게 흘러가기도 한다.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려고 한다. 상대의 겉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한다. 그리고 쉽게 그 해석에 결론을 내리곤 한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우리를 오류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는 쉽게 누군가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쉽게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생각나는 옛 말이 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렇다. 사람 속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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