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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끝까지 해내는 힘

Woogear 2020. 6. 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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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해내는 힘

“1등이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지방대 출신, 작은 중소기업의 샐러리맨 연구원, 10년간 매출 제로…500번의 실패에도 멈추지 않는 ‘독한 실행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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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카무라 슈지(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출판사: 비지니스북스

 

회사 책꽂이에서 찾은 책이다. 강렬한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책 표지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이전에 청색 LED를 개발한 일본 연구원에 대한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책 표지 뒷면에 적힌 지은이 소개를 보니 보통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소도시의 중소기업 연구원이 세상을 놀라게 하다.

저자는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청색 LED를 개발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헐..!) 이 청색 LED로 말할 것 같으면 20세기 안에는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알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개발한 저자는 한 지방 중소기업의 석사출신 연구원이다. 어느 명문대학교 소속의 교수도, 대기업의 연구원도 아닌 석사 출신의 중소기업 연구원이었다. 청색 LED가 개발됨으로 인해서 기존에 있던 적색, 녹색과 더불어 빛의 삼원색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LED 스크린의 원천기술이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머리가 정말 좋고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회사로부터 당연히 막대한 연구활동비와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저자는 회사 안에서 수많은 무시와 차별을 경험했고, 연구비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이 사람의 특출난 점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리고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 창의성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받은 저자에 대한 이미지는 먼지를 뒤집어 쓴 기술자에 가까웠다. 책상에서 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뭔가 계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닦고 기름치고 조이는 기술자에 가까웠다. 실제로 저자는 대부분의 실험 도구들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용접 기술이 전문가 수준의 경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언뜻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어가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참고 문헌을 읽으면 누구나 그와 똑같은 방법밖에 시도할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실험 기구나 장비를 만들면 자신만의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이것이 창조로 가는 첫걸음이다."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절대 다른 사람의 연구논문을 100% 신뢰하지 말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실험기구를 직접 만들 것' 이다. 너무나 미련해 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를 연구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선행된 연구 논문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읽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할 때 선행된 연구 논문을 따르는 것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창의적인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럼 실험기구를 직접 만드는 것은 왜 필요할까. 외주 업체에 제작을 맡기면 더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이렇다. 보통 업체에서 의뢰한 제품을 제작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완성되더라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별로 없어 다시 수정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직접 만들고 개량을 해야 의도한 대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모든 연구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디테일들이 모여 실험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잘될 것 같은가?" 라는 질문에 "불가능합니다." 또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이는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다. 설사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될 겁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 정도 투지도 없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저자의 인상깊은 연구 방식은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모두 어렵다, 안된다고 하는 질화갈륨을 연구재료로 선택했다. 질화갈륨은 결정화가 어렵다는 큰 결점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과 연구자들은 셀렌화아연을 유력한 재료로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로 인해 실제로 무시를 당한 일도 많았다. 그런데 그는 이 재료로 개발을 성공시킨다. 


 

책을 읽으면서 개발자로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피하고 있지 않은지, 안전하다고 알려진 것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생각들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읽는 동안 스스로 많은 도전을 받고 열정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저자는 좋은 여건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 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무시와 방해를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성공시킨 그가 멋지고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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