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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반 전에 전자책을 구매했다. 정확하게는 아내가 먼저 샀고 나는 몇 개월 뒤에 똑같은 기기를 중고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좋다. 그리고 더 좋아지고 있다. 전자책을 둘러싼 환경과, 전자책을 향한 내 마음이 그렇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전자책 구매 이유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 달에 최소 한 권 정도를 읽는 편이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그 분야의 책부터 찾아보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책을 사면 살수록 공간을 차지해 집이 조금씩 좁아진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출퇴근 길에 책을 한 권씩 가지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종종 두꺼운 책을 읽는 경우 그 무게가 꽤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사지 않은 이유는 종이 질감이 주는 정서 때문이다. 손 끝에서 종이를 넘길 때 오는 그 느낌이 나는 좋다. 그런데 전자책은 버튼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거부감이 있었고 과연 전자책으로 책을 읽어도 책과 동일한 감동과 즐거움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책의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도 하나의 허들이었다. 그런데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던 아내에게 내가 별 생각없이 전자책을 추천했고, 아내는 한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전자책을 구매했다. 그 계기로 나도 처음으로 전자책을 사용해보게 되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리디북스 구독서비스 때문이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당시 리디북스와 밀리의서재 두 서비스가 운영중이었고 한 달 정도를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각각 1개월씩 모두 무료 체험을 해봤는데 나는 리디북스로 선택해서 아내와 함께 사용중이다. 리디북스를 선택한 이유는 리디북스 월 이용료가 6,500원으로 밀리의 서재(9,900원)보다 조금 더 저렴했고 앱 사용경험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구독 서비스가 뭔고하면 리디북스 안의 리디셀렉트라는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하는 것이다. 구독료를 결제했다면 리디셀렉트에 등록된 책은 모두 제한없이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다만 구매할 수 있는 책에 비해 권수가 적고, 프로모션 기간이 지나면 더이상 읽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리디셀렉트로 읽은 책이 대략 20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책도 대략 20권 정도 된다.

리디셀렉트에 등록된 다양한 카테고리의 여러 책들

전자책의 장점

전자책 구매를 고려했던 요소들이 모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가볍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서 좋다. 전자책 안에 들어있는 책만 30권 정도 되는데 종이책으로 모두 가지고 있었다면 책꽂이 한 줄을 모두 차지했을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한 권당 13,000원이라고 치면 390,000원이다. 그러나 2년간 구독료로 지불한 금액은 164,860원에 불과하다. 아내도 함께 읽었으니 그 효과는 2배인 셈이다. 책에 돈 쓰는 것을 가급적 아끼지는 않는 편이지만 굳이 종이책을 사지 않아도 된다면 소비없이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전자책의 휴대성은 출퇴근 길에 빛을 발했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한 손으로 들고 있더라도 페이지를 넘기려면 나머지 한 손이 필요하다. 종이책이 주는 즐거움이 좋지만 출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는 꽤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전자책은 한손으로 들고 페이지 넘기는 것도 손가락 하나로 가능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는 정말 유용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또 한 가지 장점은 전자책으로는 책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운영하고 있는 여러 전자책 서비스는 e북 리더기 없이도 대부분 핸드폰이나 태블릿 앱으로도 책을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읽지 않는다.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는 아무래도 다른 여러 기능들 때문에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책 단말기(e북리더기)는 책 읽는 기능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른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사양이 낮아서 쓰지 않게 되기 때문에 오로지 책 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이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책의 단점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읽기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전자책이 가진 단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소설같이 가벼운 책은 전자책으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종이책 못지 않은 몰입감을 전자책으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공부가 필요한 책들, 읽다가 앞으로 돌아가서 내용을 다시 볼 필요가 있거나 반대로 책의 뒷 페이지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기 좋지 않다. 넘기기가 종이책과 비교해 매우 불편하고 느리다. 가령 현재 100페이지를 읽다가 30페이지로 돌아가려고 할 경우 종이책은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쉽게 근처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100페이지로 이동하기 편하게 다른 한 손으로는 100페이지에 손가락을 걸쳐놓으면 된다. 그러나 전자책은 그게 안된다. 30페이지로 가는 것도 불편하고 100페이지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밑줄을 치고 싶은 경우 전자책은 그 기능을 제공해도 직관적이지 않아 잘 안쓰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전자책 리더기의 cpu성능이 대체적으로 낮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 개선이 된다면 UI를 개선해서 향후 해결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필요한 책은 먼저 전자책으로 읽어보고 아쉬움이 남으면 종이책으로 다시 구매하는 편이다. 최근 몇 달간 투자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먹고나서는 투자관련 서적을 10권 넘게 읽었다. 그 중에 3분의 1은 전자책으로 읽었고 너무 좋다고 생각이 든 책은 종이책을 다시 구매해서 읽었다. 그리고 역시 아직은 종이책을 손가락 끝으로 넘기는 그 촉감이 참 좋다.

 

내가 사용중인 e북리더기이다. 사실 루팅해서 사용중이다.

마무리

나는 항상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설렜다. 그렇다고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책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책들 속에 있는 지식들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나를 자극했다. 그런데 이제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이 설렘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 덕분이다. 

 

전자책 생태계에 익숙해져있는 나머지 이제는 책을 구매하려고 할 때 먼저 리디셀렉트에 그 책이 있는지 검색해본다. 없다면 리디북스에 책이 있는지 보고 그래도 없다면 종이책을 고려한다. 그리고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사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닌 책은 먼저 리디셀렉트로 가볍게 읽어본다. 그렇게 먼저 읽어보고 생각보다 별로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보니 전자책 구독 전보다 책을 읽는 절대양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요즘은 책을 읽고 난 후에 바로 덮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 요약하여 노트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요약한 책이 20권이 되었다. 독서를 조금이라도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자책 덕분에 독서량도 늘고 독서에 대한 고민도 많아져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자책을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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