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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동식 에어컨 설치하기

Woogear 2020. 6. 13. 18:57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그래서 겨울에 박스 포장해둔 이동식 에어컨을 다시 설치했다. 전세집이라 또 언제 이사를 가게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외기가 따로 있는 스탠드형 에어컨을 사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일체형 이동식 에어컨을 샀다.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의 에어컨인데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겨서 이동도 쉽다. (출처: 이노크 아든)

이전에 살던 분들은 벽걸이 에어컨을 사용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미 안방에는 실외기 배관 구멍이 뚫려있는데, 지금은 벽지로 막혀있다. 그래서 우리도 만약에 에어컨을 사게되면 그 구멍을 재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마음에 걸렸던 것은 전세집 주인 사정으로 2년 후에 이사가게 되면 이전설치비가 발생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면서 찾은 일체형 에어컨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함
  • 이동이 편리함
  • 이전/설치비 필요 없음

단점

  • 소음
  • 열 배출용 호스의 번잡함(공간 차지)
  • 배수의 번거로움

장단점이 명확하다. 일체형 에어컨은 저렴하고 설치가 쉬운 대신에 시끄럽고 번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에어컨은 열교환을 통해서 찬공기를 생성해주는데, 동시에 뜨거운 공기도 함께 생성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실외기 안에 있는 컴프레서라는 놈인데, 작동할 때 "웅..." 거리는 소음이 꽤 크다.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에는 실외기를 보통 집 밖에 설치하기 때문에 그 소음을 들을 일이 없지만, 일체형 에어컨은 필연적으로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뜨거운 열을 밖으로 꺼내줘야 하는데 이것도 꽤나 성가시다. 에어컨 설치하는 공간이 바로 바깥으로 난 창문이 있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우리집 거실은 베란다를 통해 바깥 창문이 있기 때문에 열을 배출하는 큼지막한 호스가 베란라 한 가운데를 지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에어컨은 열교환 과정에서 응축수라고 하는 물이 생긴다. 일체형 에어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물이 생기는데, 물이 어느정도 차면 설치된 모터로 물을 바깥으로 보내준다. 일체형 에어컨은 이걸 수동으로 해줘야 한다. 

일체형 에어컨 구성품 (출처: 이노크 아든)

 

'이렇게 불편한데 어떻게 쓰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돈 아끼길 좋아하는 나는 잔머리가 좋다. 방법을 찾고야 말았다. 이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말이다. 아래는 그 결과물이다 .

거실에서 볼 때는 저 구멍만 보인다. 비닐 봉다리가 보기 이쁘지는 않다.
베란다에서 봤을때(앞)
베란다에서 봤을때(뒤)

저 봉지의 정체는 나도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원래 용도는 뭔지 모르겠다. 네이버에서 "에어컨 비닐" 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제품이 나오는데, 후기가 많은 것으로 골랐다. 비닐을 찬바람을 보내주는 통로로 사용해서 에어컨을 거실이 아닌 베란다에 놓은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모든 단점들이 해소된다. 

 

  • 소음 문제: 에어컨이 베란다에 있기 때문에 컴프레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 공간차지 문제: 거실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공간이 없다. (다만 베란다가 조금 좁아지기는 한다.)
  • 배수 문제: 응축수 호스를 바로 베란다 베수관으로 빠지도록 했기 때문에 신경쓸 일이 없다. 

거실에서 배란다로 연결되는 미닫이 문에도 창문 고정틀을 달았다. 이건 추가 구매했다. 이게 없으면 아무래도 깔끔하게 공간분리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직은 자주 틀지는 않지만 시원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점이 있다면 아래와 같다. 

 

  • 비닐이 보기 좋지 않음 (이 문제는 비닐을 적당히 잘라서 깔끔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귀찮아서 안했다.)
  • 에어컨에 설정된 온도가 보이지 않음 (온도가 본체 위에 달린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데, 그것이 안보인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사용하는데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발한 잔머리로 여름을 시원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만세!

 


참고로 안방에서 더우면 어떻게 해야될까 생각해봤는데, 이것도 방법이 있다. 이전 세입자가 사용한 실외기 구멍에 비닐을 연결하면 안방으로 찬바람을 보낼 수 있다.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매번 비닐을 옮겨야 하는 귀찮음이 존재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