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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조차 이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는 평을 한 것을 보고 그날 바로 봤다. 재미있게 봤고 감동도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반갑고 더 재미를 느낄 요소들이 많이 있었고, 케이팝 팬이라면 아마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해외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국내 뉴스와 유튜버들이 앞다퉈 이 성공을 조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도 아닌데 이렇게 호들갑 떨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물론 이 작품을 만든건 미국인들이지만(제작사는 일본의 소니 픽쳐스) 한국적인 요소가 듬뿍 들어있기도 하고,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한국계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기에 가히 한국 컨텐츠의 영향력을 증명한 것도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 사실 그동안 특정 나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꾸준히 있었다. 디즈니가 예전부터 이걸 상당히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뮬란>, 아랍을 배경으로 한 <알라딘>, 페루를 배경으로 한 <쿠스코? 쿠스코!> 등, 이 외에도 꽤 많다. 특히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라이온킹>에서 사자들의 연기는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맡았던 것도 캐릭터에 사실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서 특정 문화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들어온 것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흥행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케데헌>은 현재 전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케이팝이라는 현상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이 재미있는 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케데헌>이 한국적 소재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케이팝이라는 특정 소재 덕분에 기존 케이팝 팬들에게 더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을 수는 있다. 본질적으로는 작품 자체를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잘 만들었다고 느꼈는지 세 가지 정도로 추려보았다.

 

1. 단순하게 직진하는 이야기

'케이팝 걸그룹이 데몬을 처단한다'라는 단순한 설정은 어떻게 이야기하냐에 따라 너무 유치해질 수도 있는데 제작자는 이걸 참 멋지게 그려냈다. 한국적인 것을 잘 사용했다. 작품 시작과 동시에 그 기원을 설명하는 몇 초밖에 되지 않는 그 컷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당 옷을 입고 나타나 악귀들을 처치하는 헌터의 모습 자체로 설득력이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이후에도 진행되는 이야기 흐름은 헷갈릴 것 없이 단순한 구조를 이어갔고 꽤나 예상 가능하기도 했다. 착한놈(헌트릭스)과 나쁜놈(귀마)이 싸우는 명확한 선악 구도가 헷갈릴 것 없이 단순하다. 전형적인 클리셰 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쁜놈들 조차 그들에 대한 프리퀄 작품을 만들어 선과 악이라는 걸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 할 수 있지만 <케데헌>은 그런거 없다.

 

2. 눈호강: 데몬을 멋지게 때려 뿌수는 멋진 케이팝 소녀들

이 작품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버림으로써 단점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커버해 버리고도 남는다. 작품을 보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끊임 없이 제공해준다. 물론 주인공인 헌트릭스는 가장 멋지고 아름다우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케이팝 걸그룹이 악귀들을 화려하게 처치하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나는 케이팝을 거의 듣지 않지만, ITZY의 첫 앨범 곡들의 무대를 보고 시선을 강탈당한 경험이 있다. 멋진 춤선과 힘있는 움직임은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멋있었다. 그런 멋진 걸그룹 멤버들이 멋진 무기를 들고 나와 나쁜 악귀들까지 뚜까 패주는 모습이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초반에 헌트릭스가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자유낙하해 콘서트장 무대로 바로 착지하는 장면이다. 화끈했다. 정말 이런 멋진 걸그룹이 있다면 팬이 되어버릴 것 같다.

 

3. 귀호강: 계속 흥얼 거리게 만드는 노래들

이건 말해 뭐하겠는가. 이미 음원 차트가 증명하고 있다. 좋은 노래들이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곡 <How It's Done>과 마지막 곡 <What It Sounds Like>다. 의외로 사자보이즈의 <Your Idol>도 인기가 많다. 작품 속 모든 노래들이 좋기도 하지만 무대 연출이 실제 케이팝 아이돌들의 무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고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Golden>을 처음 공개하는 장면에서 노래 후반부로 장면이 이어질때 헌트릭스가 무대 위에서 리허설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것도 참 기가 막혔다. 실제 아이돌 그룹이 무대 위에서 리허설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전반적으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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