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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링크를 통해 임백준의 칼럼을 읽게 되었다. 안그래도 최근에 그의 책을 읽은 터라 반가웠는데, 칼럼의 제목이 강렬했다. "실력은 고통의 총합이다." 

 

개발자로 먹고 살려면 평생 공부해야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의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어디 공부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다만 개발자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IT분야에서 유독 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칼럼에서는 그런 트렌드를 쫓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생각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예리하고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실력은 지식의 총합이 아닌 고통의 총합이라는 주장이 특히 와 닿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부를 하는 행위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가령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위안을 심어주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렇게 해서 아는 것이 조금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저자는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과정이란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불면의 밤, 환의 등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실력이란 임기응변이고, 주변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집중력이고,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채는 감각이고, 처음 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가 된다. 멋진 표현이다. 현실에서는 잘 정돈되고 준비된 상황에서만 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런 실력은 지식이 많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실력은 지식의 양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해 고통을 감내한 경험이 쌓여서 실력을 만든다.

 

프로그래밍에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칼럼에서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문맥상 파편적인 지식 혹은 트랜드와 대비되는 것을 뜻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프로그래밍적 본질은 컴퓨터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 자료구조&알고리즘적 사고력, 하나의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같은 것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트랜드가 아무리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기술의 폭포 속에서 개발자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최대한 많은 기술을 부단히 쫓으며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그래밍 본질적인 능력을 꾸준히 키워가며 내게 필요한 신기술만을 선택적으로 습득하는 방법도 있다. 둘 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후자의 길을 가고싶다.